최나연 “공항에서 신문지 덮고 새우잠까지 잤어요”
2008.12.1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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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이 없이 솔직했다. 시원시원했다. 거침이 없었다.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얼짱 골퍼’ 최나연(21·SK텔레콤)의 참모습이다. 올해 LPGA 투어 27개 대회에 출전한 최나연은 준우승 2번을 포함해 ‘톱10’ 9번 기록하며 상금 109만5759달러(11위)를 벌어들였다. 성공적인 데뷔였다. 다만 초반 앞서가던 신인왕 포인트에서 1296점으로 청야니(대만·1563점)에 덜미를 잡혀 2위에 머문 것이 아쉽다. 하지만 최나연은 올시즌에 대해 자신이 생각해도 대견스럽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비록 LPGA 투어 데뷔 첫해에 우승은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기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내년 시즌 미국무대 정복을 선언한 최나연의 눈물겨운 2008 LPGA 데뷔기를 들어봤다.
#“신문지를 덮고 잠까지 잤어요”
최나연은 LPGA 투어 첫해 영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언어 때문에 생고생한 경험도 털어놨다. 사건은 지난 8월 CN 캐나디언 오픈을 앞두고 터졌다. 샌디에이고가 집인 최나연은 필라델피아를 거쳐 캐나다로 들어가려 했지만 악천후와 비행기 고장으로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묶여 하마터면 대회 출전도 못할 뻔했다.
“영어를 못하니까 이유도 모른 채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죠. 그때 제 자신이 얼마나 초라했는지 몰라요. 공항 대기실에서 신문지 덮고 새우잠까지 잤다니까요. 따뜻하긴했는데 정말 큰일날 뻔했어요. 덕분에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했죠.”
최나연은 올해 햄버거와 콜라를 주식으로 삼았다고.
“준비도 없이 무모하게 미국에 왔다고 생각했어요. 레스토랑에서도 메뉴판을 봐도 주문을 못했다”며 “결국 햄버거와 콜라로 배를 채웠다. 이젠 콜라가 없으면 못살 정도가 됐다”고 추억했다.
#“저도 여자거든요”
최나연은 여성스러움보다 보이시한 매력이 돋보이는 스타일. 어릴 때부터 쇼트커트했던 최나연은 요즘도 자신의 외모 때문에 오해를 받는다고.
“초등학교 4학년 때 목욕탕에 갔더니 남탕으로 가라고 해 황당했었어요. 여자 라커에 들어가면 남자가 들어왔다고 술렁이기도 했고요. 언젠가는 제가 먼저 ‘저 여자예요’라고 먼저 말하고 옷을 갈아입기도 했죠. 상처 많이 받았어요.”
팬이 많은 최나연이지만 여전히 황당한 경험을 한다고.
“얼마 전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한 여자분이 잘못 온 줄 알고 ‘미안하다’면서 남자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며 웃었다.
내년 시즌 최나연은 변신을 준비 중이다. 최나연은 골프를 치면서 치마는커녕 반바지도 입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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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열린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 마지막 날 40도가 넘는 무더위에 처음으로 반바지를 입었고,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렉서스컵에서는 처음으로 치마 유니폼도 입었다.
“허벅지는 괜찮은데 종아리가 굵어서 반바지나 치마를 입는 것은 생각도 안했어요. 근데 렉서스컵에서 치마를 입으니까 편하더라고요. TV로 제 다리를 보니까 봐줄만 하던데요. 여성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반바지와 치마를 자주 입어야겠어요.”
#“연경이를 만난 뒤 많이 변했어요”
어릴 적부터 말수가 적었던 최나연은 ‘수다스러운 친구’를 만난 뒤 성격이 변했다. 최나연이 가장 아끼는 친구는 바로 흥국생명 배구선수 김연경(20)이다.
최나연은 지난해 경기 분당의 JDI스포츠클리닉에서 재활 훈련중인 김연경과 처음 인사했다.
“네가 최나연이니?”(김연경)
“네.”(최나연)
최나연은 “연경이의 키가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왔다”며 “연경이를 알고 지낸 뒤 성격이 활발해졌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최나연은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현대건설전에 나선 김연경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우정도 과시했다.
#“정말 즐겁게 쳐야죠”
최나연은 건국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제2의 인생을 위한 준비도 착실하게 하고 있다.
최나연은 올해 LPGA 투어에 진출하면서 3년 안에 우승을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올시즌 미국 무대를 밟아본 뒤 생각보다 빨리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1년 동안 뛰면서 우승 가능성을 보여드린 것 같아요. 올해 기대했던 것보다 성적이 훨씬 좋았기에 내년 시즌이 무척 기대돼요. 앞으로 즐겁게 골프를 치면서 많은 우승을 하고 싶어요.”
<수원|노우래기자 sport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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