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맥도널드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을 석권한 박세리가 이듬해 일본으로 원정경기(군자컵)를 갔을 때다. 박세리의 입국 사진은 아사히와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의 모든 신문 1면을 장식했다. 대회장인 도쿄 요미우리 컨트리클럽엔 박세리를 보려는 갤러리가 4000~5000명씩 입장했다. 심지어 경기에 함께 출전한 일본선수들조차 박세리의 샷을 보기 위해 드라이빙 레인지로 몰려들 정도였다.

갤러리는 물론 대회 관계자와 일본기자들에게 "당신들은 왜 박세리에게 열광하는가"라고 물었다. "동양인 최초의 메이저 우승자이기 때문"이란 답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오카모토 아야코란 걸출한 스타가 1980년대 미국LPGA투어에서 17승을 거뒀지만 일본은 메이저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었다(지금도 일본은 메이저 우승자가 없다).

메이저 대회는 '진검승부'로 불린다. 코스 세팅이 까다로워 운이 끼어들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 긴 코스에 좁은 페어웨이. 깊은 러프. 빠르고 딱딱한 그린으로 대표되는 메이저 코스 세팅은 선수들의 기량을 철저히 검증한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골프 인구나 역사. 인프라가 뒤지지만 박세리 이후 박지은(나비스코챔피언십)과 장정. 신지애(이상 브리티시여자오픈). 김주연. 박인비. 지은희(이상 US여자오픈) 등 많은 메이저 챔피언을 배출했다.

요즘 일본 골프계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간판스타인 미야자토 아이가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2개 대회를 석권한 결과다. 개막 2연승은 1966년 마릴린 스미스 이후 무려 44년 만의 진기록이다. 일본 골프계가 흥분하는 이유는 미야자토의 메이저 우승 가능성이 무르익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고생이던 2003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던롭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한 미야자토는 2004년(4승)과 2005년(5승). 2006년(2승) 3년간 일본무대에서 11승을 거둔 뒤 이듬해 미국무대로 진출했다. 그러나 3년여간 마음고생을 하다 지난해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야 첫 승을 신고했다.

4살 때 골프를 시작한 미야자토는 미국식 스윙을 하는 대표적인 일본 여자골퍼다. 미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미국식 스윙을 익힐 수 있었다. 미야자토는 평균 240야드 정도 나가던 드라이버샷 거리가 최근 20야드 늘어 본격적으로 메이저 우승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 올시즌 첫 메이저 대회는 4월 첫 주 열리는 나비스코챔피언십이다. 미야자토는 지난해까지 이 대회에 5차례 나가 모두 예선을 통과했으나 15위 이내의 성적을 거둔 적이 한 번도 없다. 미야자토가 올해 일본인들의 염원인 메이저 우승의 한을 풀어줄지. 아니면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대결처럼 실망감만 안길 지 관심이다.

이강래기자 altimus@토토-프로토 전경기 전문가 예상평, 실시간 스코어, 속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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